[기고] 손자병법이 주는 교훈

▲ 김학준
  1991.06 ~ 2019.06 서울신문 사회2부차장 
  2019.10 ~ 2021.09 인천일보 논설위원
  2021.07 ~ 현재  인천언론인클럽 대의원

요즘 손자병법이 뜨고 있다. 이를 경영학·심리학·인문학 등에 접목시키거나 현대적 시각에서 풀어내 강좌를 진행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회사는 손자병법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쉽게 말해 손자병법 다시보기다.


손자병법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오나라의 장수 손자가 편찬한 병법서다. 그는 여기에서 “싸우지 않고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차원 에서 초나라와의 전쟁에서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유격전(게릴라전)을 자주 펼쳤다. 적은 인원으로 적의 후방을 급습해 보급망을 끊어버리는 식이다.



▲ 손자병법을 쓴 손무 (사용출처 : 나무위키)

무기가 떨어지면 전투를 치를 수 없지만 식량이 없어도 싸움을 하지 못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첩자를 통해 적국의 왕이나 장수에게 여자를 붙여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소위 미인계을 썼다. 심지어 초나라와 주변 나라를 이간질해 전력을 분산시키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이쯤되면 권모술수의 대가라 할 수 있다. 어찌보면 매우 치사한 수법이지만 손자는 “책략을 써야 병력 손실을 줄이고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손자는 “아예 전쟁을 벌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잘 싸워도 전쟁이 나면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손자병법은 싸우는 방법보다는, 궁극적으로 전쟁을 벌이지 말 것을 권장한 책이다. 하지만 인류는 고대, 중세, 근대에 걸쳐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켰다. 현대 들어서도 1차, 2차 세계대전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렀음에도 전쟁은 계속 이어졌다. 현재는 중동의 여러 국가와 우크라이나에서 치열한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2500년 전에 이미 손자가 간파한 논리와 가르침을 무시한 것이다. 문제는 명분 없는 전쟁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전쟁사를 되돌아보면 인종과 종교적 갈등, 무리한 정복욕 때문에 일어난 것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것이 몽골의 칭기즈칸이 일으킨 정복 전쟁이다. 그는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큰 제국을 건설했지만 명분 없는 전쟁을 일삼아왔다. 국경을 맞댄 중국은 물론 수만㎞나 떨어져 원한이나 이해관계 대립이 있을 수 없는 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들까지 무차별 도륙했다. 유일한 동기라면 지칠 줄 모르는 정복욕이다. 때문에 수천만명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다. 특히 상대국이 저항하면 성을 함락한 뒤 남녀노소 모두 죽여 전쟁 역사상 유례가 드문 야만성과 잔혹함을 드러냈다. 우리나라도 고려 때 몽골로부터 7차례나 침략당했다. 그때 도읍을 옮긴 곳이 강화도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는 현재 정치권에서 ‘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간에 오가는 말이 너무 거칠고 자극적이다. 그 양상이 심각해 국민들 사이에 “싸워도 너무 싸워 지긋지긋하다”는 탄식이 나온다. 국회에서는 여야가 한치의 양보도 없는 백병전을 벌이고,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보수, 진보 성향 패널들이 거품을 물고 대리전을 펼친다.


8·15광복 이후 이렇게까지 싸운 적은 없었다. SNS에서는 네티즌들이 익명이라는 방어막 뒤에 숨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에는 선을 넘어서는 안되는 금도가 있었지만 사라진지 오래다. 현 상황을 ‘정신적 내전상태’라고 규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치 및 사회현상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도는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차고도 넘친다.


야당도 가관이다. 여당이 대표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 간에 이전투구를 벌이니 가만히만 있어도 지지율이 올라갈텐데 대표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오버페이스 하다보니 스텝이 꼬이고 있다. 이렇듯 여야가 약속이 한 듯이 죽을 쑤니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중도층이 30%에 달한다. 한심한 짓거리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여야 의원들에게 손자병법을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북한의 혀는 한술 더떠 양아치나 깡패 수준이다. 내놓는 성명을 보면 국가의 언어라고 보기 어렵다. 예를 일일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사피엔스’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비약적인 문명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의식은 구석기 시대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첨단문명을 구가해도 인간의 의식은 그리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술은 신의 영역을 넘보는 수준까지 발전했지만 여전히 전근대적 사고에 머물며 거죽만 슬쩍 현대에 걸쳐 있다고 강조한다. 남북한이 더불어 유발 하라리의 주장이 헛소리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는 현실이다.


인천언론인클럽 대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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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벽하 기자 다른기사보기